창백한 푸른 점 본문
여기 있습니다.
여기가 우리의 집입니다.
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,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, 당신이 들어 봤을 모든 사람들,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습니다.
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,
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,
이데올로기들,
경제 독트린들,
모든 사냥꾼과 약탈자,
모든 영웅과 비겁자,
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,
왕과 농부,
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,
모든 아버지와 어머니들,
희망에 찬 아이들,
발명가와 탐험가,
모든 도덕 교사들,
모든 타락한 정치인들,
모든 슈퍼스타,
모든 최고 지도자들,
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입니다.
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입니다.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,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십시오.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,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십시오.
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,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,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십시오. 이 작은 점을 본다면 우리가 우주의 선택된 곳에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.
우리가 사는 이곳은 암흑 속 외로운 얼룩일 뿐입니다.
이 광활한 어둠 속의 다른 어딘 가에 우리를 구해줄 무언가가 과연 있을까요. 사진을 보고도 그런 생각이 들까요?
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,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요?
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,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,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요?
칼 세이건, <창백한 푸른 점>